적자 늪 빠진 '텝스' 구하기?…서울대 '칼' 댄다

입력 2022-12-02 18:48   수정 2022-12-03 01:09

한때 토익(TOEIC)을 넘어설 토종 영어시험으로 각광받았던 텝스(TEPS)가 사업자 변경 등 구조조정 운명에 처하게 됐다. 4년 만에 응시생이 반토막 나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탓이다. 적자를 좀체 벗어나지 못하자 서울대는 텝스 사업 관리 조직을 개편하고 나섰다. 적자의 핵심 원인이 응시생 감소인 만큼 경영 방식을 효율적으로 개편하더라도 적자가 개선될지는 불투명하다.
응시생 반토막에 적자 20억원
텝스 개발자인 서울대는 시험 관리조직을 기존의 재단법인 서울대발전기금에서 서울대 내 언어교육원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2일 밝혔다, 그간 서울대의 수익사업은 별도 법인인 서울대발전기금이 도맡아왔으나, 가장 대표적 수익사업인 텝스를 서울대가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서울대 재경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텝스 사업 양수 추진계획 및 협약서를 심의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내 의사결정을 마친 뒤 교육부의 민간공인 자격 양도심의까지 거치면 2023년에는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텝스는 최근 4~5년 새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대발전기금 텝스관리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험 전형료와 기출 인세 등 텝스 관련 수입은 지난해 35억9000만원이었다. 2017년 51억4000만원에서 30%가량 쪼그라든 수치다. 운영 수지 역시 바닥을 찍어 2020년 한 해에만 6억7000만원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기준 텝스 사업의 누적 적자는 20억원에 달했다.

적자 행진의 원인은 응시생 감소다. 텝스 응시 인원은 5년 새 절반으로 줄었다. 지난해 텝스 응시 인원은 6만3899명으로 2017년(11만5274명) 대비 44.6% 감소했다. 올해에도 10월까지 응시 인원은 4만8976명에 그쳤다.

토익과의 시장 경쟁에서 밀린 게 가장 큰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토익보다 텝스의 난도가 높은데, 텝스-토익 간 환산 점수가 토익에 유리하게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사혁신처는 7급 공무원 공채에서 토익 700점과 텝스 625점을 같은 수준으로 평가하지만, 텝스 측은 토익 700점에 해당하는 텝스 점수가 555점이라고 본다.
“민간에 매각해야” 목소리도
서울대는 텝스 관리 조직을 서울대 언어교육원으로 일원화하고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외부 법인인 서울대발전기금이 텝스 사업을 맡아왔다. 발전기금은 서울대 교육·연구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1990년 설립된 별도 법인으로, 서울대 기금을 주식 및 채권과 같은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임대업이나 텝스 등 수익사업을 담당했다.

발전기금이 수익사업을 도맡아온 이유는 국립대 신분이던 서울대가 자체적으로 수익사업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11년 법인화 이후 서울대는 국립대학법인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지금은 발전기금을 통하지 않아도 수익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재경위 회의록은 “법인화 이전엔 직접 수익사업을 할 수 없어 발전기금이 사업하고, 언어교육원에서 서울대 교수들의 역량을 활용했다”며 “현재의 이중구조를 일원화해 경쟁력과 효율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했다. 양도·양수대금은 20억원으로, 텝스의 적자를 발전기금이 서울대 법인에 납부하는 형식이다.

텝스를 민간에 매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수익성이 나빠진 근본적 이유는 경영의 비효율보다 응시생 감소에 있기 때문에 관리체계를 바꾼다고 적자가 개선되리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언어교육원이 텝스 사업을 가져간 뒤에도 3년 연속 손실이 발생하면 대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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